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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돗네 / Participatory Project, Video / 15min / 2010

여름이 끝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세 친구가 운 좋게 모여서 깔깔거렸습니다. 한 친구는 생업에, 한 친구는 학업에, 한 친구는 작업에 집중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밤이 되자 가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가까운 학교를 찾아가서 우리는 텅 빈 운동장 가운데 자리를 깔았습니다. 게임을 하자 했지만 ‘아이-엠-그라운드’는 좀처럼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한 발 뛰기’는 우리의 체력이 저질인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셀카’를 찍다 지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별? 한참을 있다가 눈을 깜박여도 변하는 것은 없었습니다. 밤바람에 하품도 날아갔습니다. 돌아가야 할 시간까지 흘러왔습니다. 머금은 흙먼지를 털고서 돗자리를 접으려 할 때, 우리는 떠올랐습니다. ‘종이학’. 이걸로 접을 수 있을까? 행동은 그렇게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셋 모두 학창시절 종이접기 서클 이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뻤습니다. 운동장 한가운데 돗자리로 만들어진 학이 놓여있습니다. 내일 등교할 학생이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학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 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궁금해 졌습니다.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저녁. 한강변으로 사람들을 초대했습니다. 놀고 싶었습니다. 저에겐 바람을 쐬고 싶을 때 혼자 찾았던 곳 입니다. 놀다가 떠난 자리에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조금은 자신의 바람을 담은 형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 천마리의 학을 접어봐야 겠다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 행동들을 친구들과 함께 한다면 소원을 비는 모습이 공통의 바람(욕망에 대한 행동)이 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는 꽤 자주, 고립되지 않는 밤을 떠올렸습니다. <학돗네>는 2010년 세대독립클럽이 진행한 프로젝트의 ‘뒤풀이’입니다. 함께한 사람들의 태도는 유연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 집니다.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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