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량은 동시대의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는 매체를 발견하고 여기서 예술 충동을 감지하며 다시 이들을 그들의 개념전개의 근본적 수단으로 설정한다. 이어 그 내부로의 개입을 통해 타자와의 참여와 동조를 유도하고 급기야 그 모순을 초월하는 새로운 대안 및 사례를 제시한다.
차지량은 지금 이 현실을 살아가는 바로 자기 자신- 그리고 나아가 동일한 시간을 살아가는 세대가 창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례를 끊임없이 실험하는 그 역동성을 지닌다. 그는 시대가 가진 한계와 모순을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위기감 혹은 경계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초월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한계를 설정하지 않은 무규정적 조형성으로 자신의 작업활동을 예술 혹은 문화적 영역으로 확장시키지만, 그것을 미학적 성취로서 한계를 설정하지도 않는다. 차지량은 소위 신세대들이 일상에서 늘 접하는 인터넷, 대중음악, 매스 미디어 등의 소비가치와 바탕으로, 이러한 매체의 직접 수용 및 활용을 통하여 현실의 극복하고 초월하려는 다양한 사례 및 대안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 스스로를 하나의 오브제로까지 설정하고 있다. 그는 매체의 수용자이자 이것을 이용하는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나아가 스스로를 매체의 중심으로 두고 예술가로서의 자신의 역할의 의미를 제시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종의 제의적 행위로서의 측면도 발견할 수 있다.
현시대의 노숙자로 스스로를 자처하며 소규모의 무리를 구성하여 시대를 조롱했던 그의 초기의 시도 및 개념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 더욱 확장된 규모와 깊어진 작업의 밀도로 발전을 이루었다. 그렇게 예술가-라는 소명의식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젊은 열정과 다시 예술가라는 고뇌와 숙고가 더해져서, 세대가 함께 공유하고 누려야 하는 즐거움과 문화적 가치를 제안하는 그의 작업들이 장차 어떤 식으로 무한하게 확장될 것인지 기대하게 한다.
추명지 (독립큐레이터)